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던 시절, 나는 내가 가진 대부분의 것들을 부끄럽게 여겼다. 눈에 보이는 것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쓰였던 것은 ‘손글씨’였다. 학생은 매일매일 글씨를 써야 하는데, 내가 매일 보는 나의 글씨는 예뻐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도록 일부러 숨겼다.
숨기는 동안,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어서 작은 시도들을 해보았다. 자음을 모음보다 크게 써보기도 하고, 비뚤어지지 않게 줄과 간격을 맞추어 써보기도 하고, 혼자 생각해낸 시도들을 해보았다.
혼자만의 시도가 자연스러워질 때쯤, 누군가에게 보일 기회가 있을 때면 글씨에 대한 칭찬이 아주 가끔 들려왔다. 처음에는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듣다보니 글씨가 괜찮아보이기 시작했다. 가끔은 팀의 대표로 나서 글씨를 쓸만큼 내 글씨를 보이는게 괜찮아졌다.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내 글씨가 제법 좋아졌다. 매일 일기를 쓸 때, 메모할 때 마주하는 글씨가 만족스러웠다. 그리던 어느날, 어렸을 때 썼던 글씨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지금 글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글씨가 좋아지는 동안, 나는 실제로 글씨가 더 예뻐졌기 때문에 칭찬도 받고, 자신감이 생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예전 글씨와 대조해보니 크게 달라진게 없다니, 뭔가 이상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달라진건 내가 가진 것들을 바라보는 마음이었다. 예전보다 내가 가진 것들을 더 귀중하게 여기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이 마음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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