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주의!!!!
빅브라더로 대리되는 ‘당’의 영원한 권력은 인간성을 말살하다못해, 인간의 생각이 시작되는 샘을 교체함으로써 유지된다. (당의 기준) 이단적인 생각으로 권력 유지의 위험이 될만한 인간을 개조하기 위해 감시, 협박, 고문, 교육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당의 핵심인사인 오브라이언은 독일의 나치, 소련의 공산당으로 대표되는 전체주의 국가가 종말을 맞이한 이유가 이단 집단의 정신을 그대로 두고, 육신만 제거했기 때문이라고 한아. 그래서 당은 이단 집단의 정신 그 자체를 개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살은 그 다음이다. 우리는 주인공 윈스턴의 삶을 통해 아주 구체적인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읽을수록 이보다 더 교묘한 설계와 실행이 맞아떨어진다면, 일정 시간동안, 그것도 꽤 오래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공포가 느껴진다. 다만, 동시에 빈틈도 보인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을 고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정신을 지배하기 때문에 물질도 지배할 수 있네. 실재란 머릿속에 있지. 자네도 차츰 알게 될 걸세. 우리가 하지 못할 건 아무것도 없어. 눈에 보이지 않게 할 수도, 공중을 날 수도 있지. 그밖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네. 원한다면 비눗방울처럼 이 마루 위를 둥둥 떠다닐 수도 있단 말이네. 당이 그걸 바라지 않으니까 나도 바라지 않는 것뿐이네. 자연의 법칙에 대한 19세기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만 하네. 우리가 자연 법칙을 만드는 거네.” … (중략) … “우리가 만드는 세계에서의 진전이란 고통을 향한 진전일 뿐이네. 과거 문명은 사랑과 정의 위에 세워졌다고들 주장했었지. 우리 문명은 증오 위에 세워져 있네. 우리의 세계에 존재하는 감정은 공포, 분노, 승리감, 자기 비하뿐이지. 우리는 그 나머지를 모두 파괴할 걸세. 이미 혁명 전부터 내려오던 사고의 습관을 허물어뜨리고 있다네. 부모와 자식, 인간과 인간, 남자와 여자 간의 유대도 끊어 버렸네.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아내나 자식, 친구를 믿으려 들지 않을 걸세. 그런데다 앞으로는 아내도, 친구도 존재하지 않게 될 거네. 암탉이 알을 낳으면 그것을 꺼내오듯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품에서 빼앗아 올 걸세. 성 본능도 없어질 테고, 출산은 배급 카드를 재발급해주는 것처럼 연례적인 공식 행사가 될 거네. 충성심도 당에 대한 것 외에는 모두 사라질 거라고. 사랑도 빅브라더에 대한 사랑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을 테고. 웃음도 적을 무찌른 뒤 승리감에 도취돼 웃는 웃음만 남게 될 거란 말이네. 미술이나 문학, 과학도 없어질 거고,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라든가 호기심이나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없어질 것이네. 경쟁의 희열도 모두 파괴되어 버릴 걸세. 하지만 윈스턴, 이것만은 잊지 말게. 권력에 대한 탐닉은 끊임없이 커지고 점점 더 미묘해질거라네. 언제나, 매 순간, 무력한 적을 짓밟는 느낌, 바로 승리의 짜릿한 황홀감을 느끼게 될 거네. 만약 미래의 모습이 보고 싶다면, 계속해서 인간의 얼굴을 짓밟고 있는 구둣발을 상상해 보게나.” … (중략) … “윈스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세계이네. 승리에 승리, 압도적인 승리를 거듭하는 세계, 끊임없이 누르고 눌러서 권력에 맞서는 용기가 꿈틀거리며 비집고 나오지도 못하게 해버리는 세계…. 자네는 그런 세계가 어떤 것인지 이제야 겨우 깨닫기 시작하는 것 같군. 하지만 그저 깨닫는 것 이상이 될 걸세. 자네는 그걸 받아들이고 환영하며, 자네 자신이 그 일부가 될 걸세.”
엄청나게 긴 체제에 대한 찬미에 윈스턴은 이렇게 답했다. “당신들은 그럴 수 없을 겁니다. 방금 말한 그런 세계를 당신들은 만들 수 없단 말입니다. 꿈일 뿐입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공포와 증오, 잔혹함 위에 문명을 세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런 문명은 결코 지속될 수 없습니다.” 오브라이언이 물었다. “어째서 그런가?” 그리고 윈스턴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해주었다. “생명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붕괴될 겁니다. 그런 문명은 자멸하고 말겁니다.”
그래. 영원한 권력은 너무나도 부자연스럽다. 생명은 탄생 후 전개되다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얼마나 생명력을 가지고 있냐는 것인데. 영원한 권력이 생명력을 극한으로 낮춰야만 유지될 수 있다면면, 역설적이게도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파멸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파멸의 끝에는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 인간은 자연의 힘에 압도될 것이다. 조지 오웰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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