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특정 물건을 분실했다. 내가 관리하는 물건이라 꼭 찾아야했는데, 단순한 정황 증거만으로는 찾기가 까다로웠다. 그래서 CCTV부터 모두 열람하고, 하나씩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항상 이해관계자와 협력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EoA로 배웠다. 협력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을텐데, 이번에는 나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서 내가 도움을 받는 형태에 가까웠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형태의 협력이다.

도움을 더 잘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은 올해 나의 반년의 시간을 차지 할 정도로 중요한 아젠다라서, 7월부터 여러가지 실험과 시도를 거쳐 조금 나아짐을 느끼던 차였다. 하지만 실제로 변화를 체감할만한 사건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내게 기회로 보였다. 비교적 감당가능한 손실이었고, 이해관계자가 아주 다양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첫번째로 내부 CCTV 열람을 위해 대표님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물건을 가지고 있을만한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외부 CCTV 열람을 위해 운영지원실과 관제실 근무자 분들께 도움을 요청했다.

대부분 귀찮게 여기거나, 초상권 관련한 이슈로 문제가 제기되면 책임질 것이 많아지면 힘들어질 것이라 단단하게 생각하고 계셔서 협조를 얻는게 그리 수월하진 않았다. 기분이 살짝 나빠질 수 있는 상황도 있었지만, 최대한 상황을 잘 설명하면서 내가 해본 시도들이 이미 있는데 해결이 안되어서 꼭 도움이 필요하다고 상세하게 말씀드린 덕분에 필요한 정보는 모두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발로 뛰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다 얻고나니,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을만한 택배 기사님이었다. CCTV 상으로는 특이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사님은 매우 협조적이셨고, 관련 문제를 여러번 경험해보셨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지 잘 알고 계셨다. 심지어 앞으로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 시도해볼만한 아이디어까지 제공해주셨다.

기사님 덕분에 물건을 가지고 있을만한 사람을 좁은 범위까지 특정할 수 있었고, 결국 한 명으로 특정하는 것 까지 성공했다. 이제 의사결정만 하면 되는 상황까지 문제를 풀어낸 것이다.

아마 올해 6월의 나였으면, 발만 동동 굴리거나 더 오랜시간동안 문제를 붙잡고 있다가 아주 늦게 그리고 힘겹게 문제를 풀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얻으면서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체감되는 나의 변화가 꽤 만족스럽고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