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작성
3월은 내가 얼마나 피상적인지 깨닫게 된 달이었다
책을 읽을 때도, 글을 쓸 때도, 대화를 나눌 때도. 지금까지는 내가 꽤 핵심을 짚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코칭을 제대로 학습하지 않아도 얼추 경험적으로 해보니까 잘 되었던 것처럼, 운동을 할 때도 그랬고 — 이런 경험들이 내게 많았다.
그런데 항상 잘 된 것들만 있지는 않았다. 일이 너무 많을 때 혈당 관리를 버리고 폭식하는 패턴은 반복되고, 영어 공부는 비약적인 발전이 없고, 저널치료도 현실에 치여 못하고 있다. 팀원이나 전문가들과 일하면서 핀트를 잘못 잡는 경우도 꽤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의 밑바닥에 같은 패턴이 있었다.
유창성 중독: 나의 할루시네이션
추상적 이해가 만드는 유창성은 뇌에 두 가지 거짓 신호를 보낸다. 매끄럽게 이해되는 정보는 옳다. 읽거나 듣는 데 어려움이 없으면 recall할 수 있는 정보다. 이 신호들이 실제로 틀린 정보를 옳다고 착각하게 하고, recall이 아닌 recognition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 착각은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면서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는 패턴을 만든다.
반대로 구체적 사고는 도파민이 아닌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하는데, 이는 도파민보다 덜 만족스러운 느낌을 주고, 심지어 고통처럼 느껴질 수 있다. 달콤한 유창성에 중독되면 구체적 사고가 마비될 수 있다.
나의 할루시네이션은 홍조와 수치심을 만든다. 스스로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팀원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구멍난 부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3월에 정말 많았다. 거의 하루에 한 번 이상.
3시간의 아이디에이션이 한 마디에 증발한 순간
2월 말 부터 Learning Designer로 일하기 시작하고나서 특정 과목 수업 설계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막막한 상황에서 나는 3시간 동안 구체적 아이디에이션을 했다. 뭔가 진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꽤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팀원이 물었다.
“이건 어떤 관점에서 주신 아이디어예요?”
3시간이 증발했다.
나는 3시간을 답에 썼고, 팀원은 질문에 썼다. 나는 되고 싶은 상태(답, 이상, 해결책)를 보고 거기로 바로 달려간 거고, 팀원은 현재 상태와 간극을 보고 있었다. 나는 매몰되어 있었고, 팀원은 한 발 뒤에서 조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팀원이 한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 자연스럽게 진단을 한 거다.
Before: 인지의 경직
뿌리에는 “잘해내야만 안전하다”는 생존 신념이 있다.
작년 5월, 어렸을 때부터 형성된 과도한 책임감으로 인해 경직되고 긴장되어 부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직면했다. 그때 정의한 악순환이 이랬다:
- 생존 신념의 강화: 나를 보호할 사람은 없다
- 과도한 책임감: 모든 걸 내가 책임져야 한다
- 성취에 대한 강박: 완벽해야, 잘해내야만 안전하다
- 심리적 경직: 우위에 있어야 무너지지 않는다
- 취약성 회피: 도움 받기가 어렵다
작년에는 이 감정적 경직을 풀기 위해 도움을 잘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이전보다 도움을 요청하는 게 훨씬 쉬워졌다. 벽을 하나 뚫었다.
그리고 올해 3월, 그 뒤에 숨어 있던 벽이 드러났다. 인지의 경직.
작년에 넘은 건 “문제는 보이는데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직”이었고, 올해 마주한 건 “문제가 안 보이는데 보이는 척하는 경직”이었다.
구체적으로 이런 작동 방식이다:
- 유창성이 이해를 대체한다: 매끄럽게 말할 수 있으면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1차 자료의 고통 대신 2차 자료의 매끄러움을 선택한다
- 생산이 사고를 대체한다: 막히면 “이 문제가 뭐지?”에 머무르지 못하고 “일단 답을 만들자”로 간다. 만드는 행위가 도파민을 주기 때문에 진전하고 있다는 착각이 유지된다
- 불유창한 영역에서 사고가 멈춘다: 자신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변죽을 울린다. 변죽이라는 직감은 오지만 교정할 방법을 모르고, 안절부절하거나 횡설수설한다
- 센터 대신 당위를 선택한다: “이걸 하면 뒤가 풀리는 것” 대신 “해야 할 것 같은 것”부터 한다. 학습보다 결과, 아름다움보다 기능에 초점을 맞추면서 깊이와 안목이 쌓일 기회를 스스로 닫는다
이 모든 게 순환한다. 유창한 영역에서의 과잉확신 → 불유창한 영역에서의 마비 → 고통 회피 → 당위 선택 → 결과만 쫓기 → 다시 과잉확신. 그리고 이 루프가 깨지는 순간 — 홍조와 수치심이 온다.
After: 인지의 경직이 풀린 상태
- 헐떡거리며 변죽을 울리고 돌아다니는 대신, 여유롭게 조망하고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나를 짚는다
-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고, 더 정확한 표현으로 수정할 수 있다
- 없어도 되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핵심만 남긴다
- 무엇이 빠졌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 뭔가 틀렸다는 걸 알았을 때 당황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지식으로 삼아 다음으로 넘어간다
- 새로운 것을 보고 주요 개념, 개념간 관계, 위계를 알아차리고 풍부한 언어활동을 할 수 있다
세계관과의 연결: 나에게 먼저 적용되지 않은 원리
내가 세계관으로 정의한 핵심 명제가 있다.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기 안의 자원을 발견하고 다룰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하는 것.”
그런데 3월이 보여준 건 — 내가 타인을 위해 설계하고 싶은 이 원리를, 정작 나 자신의 사고 과정에서는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었다는 거다. 나에게는 답부터 만들고 있었다. 세계관과 작동 방식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그리스어가 이 간극을 날카롭게 보여줬다.
σχολή(scholē) — 고대 그리스어에서 “여유, 멈춤”을 뜻하는 이 단어가 영어 “school”의 어원이다. 고대 그리스인에게 학습은 바쁨의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바쁨이 멈추면(scholē) 조망이 가능해지고(θεωρία, theōría), 조망에서 경이가 일어나고(θαῦμα, thauma), 경이가 학습을 낳는다(μάθησις, mathēsis).
나의 before는 ἀσχολία(ascholía, 바쁨) 상태에서 답을 만든 거다. 팀원의 “어떤 관점에서?”는 σχολή 상태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멈춰 있었기 때문에 간극이 보였고, 간극이 보였기 때문에 정확한 질문이 나왔다.
여유는 학습의 원인이 아니라 조건이다. 씨앗(알고자 하는 본성)은 이미 있다. 그 씨앗이 발아하려면 토양(scholē)이 필요하다.
올해의 한 문장
빠르게 해답을 만드는 대신, 멈춰서 지금 여기를 읽고 학습한다.
- “빠르게 해답을 만드는” = ἀσχολία(바쁨). before의 충동
- “멈춰서” = σχολή(멈춤). 학습의 조건
- “지금 여기를 읽고” = θεωρία(조망). 되고 싶은 상태가 아닌 현재의 간극을 읽는 것
- “학습한다” = μάθησις(학습). 읽은 것에서 다음 방향을 생성하는 것
4월 액션아이템: 의도적 수행의 구조
창준님이 알려주신 의도적 수행 조건에 맞춰, EoA 훈련 때처럼 업무와 분리되지 않는 구조를 설계했다.
매일 아침 30분 — 오늘의 할 일에 한 문장을 적용한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펼쳐놓고, “진단해야 하는 것”과 “바로 실행하면 되는 것”을 나눈다. 진단해야 하는 과업에 대해 답을 만들기 전에 이것만 먼저 적는다:
“이 일에서 지금 여기는 뭔가?”
- 마지막으로 확인된 상태가 뭐지?
- 내가 모르는 게 뭐지?
- 빠진 게 뭐지?
업무 중 — 팀원과의 대화가 자연스러운 피드백 루프
아침에 적은 “지금 여기”를 가지고 업무를 진행하면, 팀원과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검증된다. 별도로 피드백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업무 대화 자체가 피드백이 되는 구조.
퇴근 전 10분 — 한 줄 기록
오늘 아침에 적은 “지금 여기”와, 실제로 업무를 해보니 드러난 “진짜 지금 여기” 사이의 간극을 한 줄로 적는다.
의도적 수행 조건
충족 방식
업무 지장 없음
아침 30분 + 퇴근 전 10분, 업무 자체가 훈련 장소
적절한 난이도
익숙한 업무에 낯선 순서(읽기 먼저) 적용
잘 정의된 과업
“답 만들기 전에 지금 여기를 적는다”
높은 품질의 피드백
팀원과의 업무 대화가 자연스러운 검증
오늘의 첫 번째 실행: 일요일 할 일에 적용하기
오늘의 할 일 8개를 펼쳐놓고, 한 문장을 적용하는 첫 연습을 했다.
⚡ 바로 실행 (답이 이미 있는 것)
- 고전 과제 제출 (1시간)
- 영어 과제 제출 (10분)
- 가계부 정리 (30분)
🔍 먼저 읽기 (지금 여기를 읽어야 답이 나오는 것)
- 미학 스터디 설계 (30분)
- 브이로그 편집 (시간 미측정 → 오늘 측정 시작)
- 제텔카스텐 정리 (시간 미측정 → 타임박싱 필요)
미학 스터디 설계에서는 “참여자의 기대치가 뭔가?”를 적자마자 “어떻게 퍼실리테이션할지”로 점프하려는 자신을 발견했다. 지금 여기를 읽다가 답으로 점프하는 — 바로 이 문장이 경고하는 패턴이었다.
브이로그 편집에서는 시간 측정을 안 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멈춰서 읽으니까 보인 것”이었다.
제텔카스텐 정리에서는 타임박싱 없이 시작하면 시간이 흘러버린다는 것을 읽었다.
할 일을 분류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멈춰서 지금 여기를 읽는” 훈련이었다.
이 회고 자체가 한 문장의 첫 번째 실천이었다
키워드 20개를 빠르게 클러스터링하고 답을 만들려던 초반에서 — 멈추고, 유창성 중독 카드를 읽고, 팀원의 장면을 읽고, 작년의 글을 읽고, 세계관 문서를 읽고, scholē의 메커니즘을 읽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빠르게 해답을 만드는 대신, 멈춰서 지금 여기를 읽고 학습한다.
4월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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